마라톤 선수들의 덩치가 작은 까닭은?
인간 탄환’이라 불리는 미국의 100m 달리기 선수 모리스 그린은 175cm의 키에 몸무게가 79kg인 단단한 근육질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 4관왕의 칼 루이스 선수의 몸도 그러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는 167cm에 50kg으로 체격이 왜소합니다. 올림픽 금메달의 영웅 황영조 선수도 비슷하지요. 이것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사실 마라토너 중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선수는 별로 없습니다.
왜 모리스 그린과 같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와 이봉주와 같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 사이에는 체격 차이가 있는 걸까요?
속근섬유와 지근섬유가 체형을 바꾼다
사람의 몸에는 600종류 이상의 근육이 있는데, 이들 근육은 근섬유라고 불리는 근육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백, 수십만 개에 이르는 근섬유들이 모여서 하나의 근육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머리카락과 비슷한 굵기의 근섬유를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줄무늬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미오신myosin과 액틴actin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 복합체가 교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섬유에 자극이 가해지면 각 단백질 복합체가 서로 다른 단백질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결합이 되면서 근섬유의 길이가 짧아집니다. 하나의 운동 단위 안에 있는 근섬유들은 한꺼번에 수축하게 되므로 근섬유들의 체인 근육도 수축하게 됩니다. 이러한 근육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달릴 수 있지요. 이런 결합이 형성되려면 ATP (아데노신3인산)라고 부르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근육의 종류를 크게 속근섬유와 지근섬유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속근섬유는 빨리 수축하면서 수축력이 강한 반면, 지근섬유는 수축력은 강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수축운동을 해도 피로를 덜 느끼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속근섬유와 지근섬유의 비율과 개수는 사람마다 근육마다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의 근육은 속근섬유와 지근섬유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그 비율과 개수가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속근섬유와 지근섬유가 어떻게 다른지 닭을 예로 들어 알아봅시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닭튀김 요리를 떠올려 보세요. 닭다리 살을 뜯어 먹을 때와 가슴 부위 살을 뜯어 먹을 때, 살의 색이 다른 것을 느끼지 않았나요? 잘 모르겠으면 지금 치킨집에 튀김 닭을 한 마리 시켜 확인해 보세요.
닭은 다리 부분과 가슴 부분의 살색이 서로 다릅니다. 다리 살은 검붉은 색을 띠고, 가슴 부분은 밝은 하얀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리 살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은 주로 지근섬유이고 가슴 부분의 살을 구성하고 있는 살은 주로 속근섬유이기 때문입니다. 지근섬유는 혈액 공급이 많아서 검붉은 색을 띠고, 속근섬유는 상대적으로 혈액 공급이 적어서 밝은 색을 겁니다.
속근섬유와 자근섬유의 차이점을 조금은 알겠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종류의 근섬유가 많이 분포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근육 색도 다릅니다.
우리가 ‘운동을 통해서 근육을 키웠다.’라고 말하는 것은 근섬유의 숫자를 늘렸다는 것이 아니라 근섬유의 굵기를 늘려 근육의 단면적을 늘린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특정 종류의 근섬유가 발달하게 됩니다.
모리스 그린과 같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근육을 사용해서 폭발적인 큰 힘을 내야하기 때문에 빨리 수축하면서 수축력도 강한 근섬유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근육의 굵기나 단면적이 큽니다. 반면에 이봉주 선수와 같은 장거리 또는 마라톤 선수들은 오랫동안 운동해도 덜 피로해지는 지근섬유를 발달시키게 되고, 근육 크기도 적당한 날씬한 체격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자기의 다리를 살펴보세요. 다리가 굵고 근육이 발달되어 있으면 단거리에 유리하고, 반면에 다리가 가늘고 근육이 덜 발달되어 있으면 장거리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흑인들이 단거리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유
올림픽 대회의 100m나 200m 경주에서 선수들을 보면 정말 빨라요. <총알탄 사나이>라는 영화 제목이 저절로 떠오르죠. 그래서 경기를 중계 방송하는 아나운서들은 그 선수들을 보고 인간 탄환이라고도 표현해요.
그런데 묘한 것은 역대 올림픽 단거리 육상 경기의 우승자를 보면 대부분 흑인들이에요.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가끔 백인들이 2등이나 3등을 하지만, 대부분 우승자를 비롯해서 2.3등까지는 모두 흑인이랍니다.
단거리 경주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흑인이다. 이렇게 인간 탄환 경쟁에서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흑인들이 백인이나 황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근육에 있습니다.
흑인들은 유전적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흑인들은 몸에는 단거리 달리기에 불필요한 피하 지방보다 근육의 양이 훨씬 많거든요. 특히 단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늘씬하고 빵빵한 근육은 백인이 흑인을 따라 갈 수가 없어요.
이 부위에 발달한 근육은 단거리 달리기에서 승패를 가늠하는 역할을 하는데, 순간적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해서 ‘파워 존’ 이라고 해요. 흑인들은 ‘파워 존’이 다른 인종에 비해서 아주 발달해 있어요. 뿐만 아니라 흑인 선수들의 근육의 조직은 빠른 속도를 낼 때 적합한 속근섬유질 근육으로 되어 있다고 해요. 반면에 백인이나 황인종의 근육은 느리지만, 오래 견딜 수 있는 지근 섬유질 근육으로 되어 있어요. 따라서 흑인들은 단거리 육상경기에, 백인이나 황인들은 장거리 육상 경기에 유리하답니다.
참조: 출발 속력이 승부의 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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